북위는 북조를 통일하고 비교적 안정된 시기를 누렸는데, 이 시기에 권력을 잡은 사람은 호태후였다. 이때에 북위는 효문왕이후 한화(漢化) 정책을 펴면서 강성한 면모를 갖게는 되었으나, 반면에 한화하기 전의 상무적(尙武的) 기풍도 점차로 줄어들기 시작하였다. 그래도 전에 이룩한 업적 때문에 동이(東夷)와 서역(西域, 신강성과 중앙아시아 동부) 지역에서 공물을 바치는 일이 끊이지 않았다.
또한 호시(互市)를 세워서 남쪽에 있는 양(梁)의 화물(貨物)도 북위로 들어오니, 북위의 경제는 더욱 좋아졌고 호태후가 정치를 하고 4~5년쯤 지난 다음에는 물건을 넣어두는 부고(府庫)가 차고 넘쳤다. 가히 태평성대를 구가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다. 이렇게 될 때에 권력을 틀어 쥔 뒤에는 호태후의 말은 곧 진리였다.
그러자 호태후는 장난 같은 짓을 벌였다. 한번은 호태후가 명주가 가득 쌓여 있는 창고에 행차하였다가 왕공과 비빈, 그리고 공주와 수행한 사람 100여 명에게 명령을 내렸다. ‘각기 스스로 명주를 짊어지되 힘닿는 만큼 그것을 가지고 가라.’고 한 것이다. 그러니 이 말을 들은 수행원들은 힘닿는데 까지 비단을 짊어지고 간 것이다. 요즈음 말로 하면 한국은행에 시찰을 갔다가 수행하는 사람들에게 마음대로 돈을 짊어지고 가라고 한 것과 같은 짓이다.
이런 일을 왜 벌였을까? 정치적 감각이 남다른 호태후이니, 아마도 통큰척하면서 은혜를 베풀어 자기 세력을 확고히 하려는 것이 아니었을까? 어쨌거나 황태후가 마음대로 가져가라고 하였으니 평소에 짐을 지지 않던 사람이라도 힘껏 가져갔다. 그래서 역사에는 ‘적게 가져간 사람도 100여 필에서 빠지지 않았다.’다고 기록하였다.
이 장난 같은 사건을 통해서 두 종류의 특별한 사람이 나타났다. 한 사람은 너무 욕심을 많이 낸 사람이다. 상서령·의동삼사(儀同三司)인 이숭(李崇)과 장무왕(章武王) 원융(元融)이었다. 이들은 명주를 너무 무겁게 짊어 진나머지 땅바닥에 넘어졌는데 이숭이 허리를 다치고 원융이 발을 다쳤다. 이를 본 태후가 그 명주를 빼앗고 빈손으로 내보냈다. 그 중에 원융은 장무왕 탁발태락(拓跋太洛)의 아들이었다. 왕작을 가진 사람의 아들이니, 돈 걱정을 할 집안은 아닌데, 끝없는 욕심을 내다가 비단도 잃고, 발까지 다쳤으며, 사람들에게 비웃음을 당하기까지 했다.
또 한 종류의 사람은 욕심을 적게 낸 사람이었다. 이런 사람 중에는 시중 최광(崔光)이 있었다. 그는 겨우 두필을 가져가는 데에 그쳤다. 이를 본 태후가 괴이하게 여기자, 대답하였다. “신의 두 손으로는 오직 두 필만 감당할 수 있습니다.”이를 본 사람들은 자기들의 염치없음을 알고 부끄럽게 생각하였다.
그러나 촤광 같은 사람은 오히려 아주 적었다. 대부분이 물질이 많고 화려하면 좋은 것으로 생각하였다. 그래서 다투어 호화롭고 사치하였는데, 고양왕(高陽王) 원옹(元雍) 같은 동복(僮僕)이 6천 명, 기녀들이 500명이었으며, 나가게 되면 의위(儀衛)가 도로를 메웠고, 귀가하면서는 노래하고 피리 부는 것이 밤낮으로 계속되었으며, 한 번 식사하는 값이 수만 전(錢)이었다는 기록이 있다.
그런데도 호태후의 명령으로 비단을 가져가다가 허리를 다친 이숭의 재산도 원옹 못지않았지만 그러나 그는 인색하기가 그지없었다. 그래서 원옹의 사치와 화려함을 보고 “고양(高陽)왕의 한 끼 식사는 나의 천 날 식사와 맞먹소.”라고 했다. 있다고 흥청망청 쓰는 사람이나, 있는 돈 안 쓰는 사람이나 별반차이가 없는 듯하다. 다만 그 사회를 풍미 하고 있는 것은 제멋대로 하는 것이었다. 일정한 사회윤리도 원칙도 없는 시대였다. 오늘날은 이보다 나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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