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위가 436년에 북연을 멸망시키고, 439년에 북량(北涼)까지 멸망시키면서 북조를 완전히 통일하고 70~80년이 흐른 시점이었다. 그러나 아직 안심할 만한 상황은 아니었으니, 여전히 남쪽에서 새로 건국된 양조(梁朝)와 대치하는 상황에서 선무제(宣武帝)가 죽었다. 선무제는 황제가 된지 16년이 지난 시점이지만 이때에 32살이었으니 어려서 황제가 되었던 사람이다.
뒤를 이을 사람은 당연히 당시 태자인 원후(元詡)였지만 이때 나이는 겨우 6살이었다. 원후의 생모인 호비(胡妃)는 아들이 황제가 되었다고 바로 황태후는 될 수 없었다. 선무제의 정비가 있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황태비(皇太妃)로 불려야 했다. 그러나 그녀는 아들이 황제라는 것을 이용하여 하나씩 권력을 장악해 나갔다. 그리고 그의 정치적 역량이 커지자, 그가 중심이 되어 조정이 돌아갔다.
그가 권력을 잡고 나서 바로 자기 여동생과 결혼한 원차(元叉)의 아버지 원계(元繼)의 관직부터 회복시켜 주었다. 원계는 청주(靑州) 자사 시절에 양인(良人)을 노비로 삼는 불법을 저질러서 작위를 빼앗겼던 사람이었는데 호태후의 덕을 보게 하여 자기의 사람으로 만들었다.
이로 호태후의 권력이 커지자 눈치빠른 여러 신하들이 주문을 올려서 태후가 임조칭제(臨朝稱制)을 것을 요청하였고, 호태후는 정식으로 임조청정(臨朝聽政)하였고 이후로는 그를 영태후(靈太后)라고 불렀다.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에게 은덕을 베풀어 자기의 우군으로 삼는 방법과 눈치 빠른 신하들을 이용하여 자기 자리를 공고히 해 나간 것이다.
또 하나는 그녀가 힘 있는 정부(情夫)를 두었다는 것이다. 선무제가 죽었을 때가 32살이었으니, 호태후는 그보다 더 어렸을 것이 분명하다. 왜냐하면 그녀가 원후를 낳고 나서야 비로소 후궁 가운데 충화(充華)가 될 수 있었으니, 나이 많은 사람을 충화를 들이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권력을 크지만 젊은 과부는 외로운 궁중생활을 이기지 못하고 젊은 정부를 끌어 들였다는 것이다. 최초로는 양백화(楊白花) 같은 사람이 그의 정부였지만 후에는 남편 무선제의 동생인 원역(元懌)도 그의 정부였으며, 그 외에 정엄(鄭儼), 이신궤(李神軌)같은 사람도 그의 정부로 이름이 올라가 있다. 모두 정치적으로 힘 쓸 수 있는 있는 인물이었다.
유가적 도덕률을 가지고 호태후를 나무라는 경우가 있지만 실제로 이 시기에는 대단히 자유분방한 분위기가 시대를 풍미하고 있었다. 벌써 진(晉) 초기에 무제 사마충(司馬衷)의 후(后)인 가남풍(賈南風)은 미소년을 장안에서 밤에 잡아 광주리에 넣어가지고 궁궐로 들어오게 하였다는 것이 후대 시인의 붓끝에서 풍자되었으니, 이러한 일이야 이 시대에 허물될 것이 없었다.
그러했음에도 오히려 권력을 장악하는 정치력을 갖고 있었다. 그리하여 그녀에 관하여 자치통감에서는 ‘태후는 총명하였으며, 자못 책읽기와 글짓기를 좋아하고, 활을 쏘면 바늘의 구멍을 맞출 수 있었으며, 정사는 모두 직접 손으로 써서 스스로 결정하였다.’하였다고 되어 서술하고 있다. 그냥 바람피운 여자가 아니었다.
결국 그녀는 아버지 호국진(胡國珍)에게 시중(侍中)을 더해주고, 안정공(安定公)에 책봉하였다. 또 그동안 북위의 정권을 쥐고 흔들던 우충(于忠)을 마음대로 주물렀다. 그동안 사람들은 우충의 권력을 두려워하여 발을 포개고 숨을 죽이는 상태였는데, 호태후가 친히 정사를 시작하고 나서 우충을 시중·영군장군·숭훈위위(崇訓衛尉)에서 해임하고, 의동삼사·상서령에 그치도록 하였다. 전격적으로 일선에서 쫓아낸 것이다. 그리고 그 후 10여 일이 지나서 다시 내보내어 외직으로 내 보냈다가 얼마 안 있다가 다시 들어오게 하여 자기 밑으로 넣어버린 것이다. 전략을 가지고 정치력을 발휘했던 똑똑한 사람이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