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북위는 선비족 출신의 왕조로 남북조시대의 북조를 통일하였다. 북위가 북조를 통일하고 그 뒤를 이은 수왕조가 남조의 진(陳) 왕조를 멸망시켜서 중국은 후한이 망하고 삼국이 들어 선 이래 긴 분열의 시대를 통일의 시대로 만들게 된다. 그래서 따지고 보면 북위를 세운 선비족은 대단한 종족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선비족이 위대하다고 하여 선비족의 대표라 할 북위 황실(皇室)이 그러한 것은 아닌 듯싶다. 결국 북위 황실은 동서로 갈려서 서위와 동위로 갈렸다가 다시 북주와 북제로 바뀌었다가 수왕조가 나타난 것이니, 선비족은 위대하되 북위황실은 몰락했기 때문이다.
그 시초는 언제나 그렇지만 집안싸움에서 비롯된다. 북위의 현명한 군주라고 알려진 효문제가 죽고 그 둘째 인 선무제(宣武帝) 원각(元恪)이 황제가 되었는데, 그의 동생인 경조왕(京兆王) 원유(元愉, 488~508)가 문제였다. 황제인 형 원각은 동생 원유에게 우(于)황후의 누이동생을 받아들여서 비(妃)로 삼게 하였다.
그런데 원유는 황제인 형님이 소개해 준 황후의 여동생을 좋아하지 않았다. 오히려 첩인 이씨를 좋아했다. 아마도 문학을 좋아 하던 20세의 젊은 청년의 정감어린 태도 때문일 수 있다. 말하자면 정치적 정략결혼을 시킨 황제 부부와 귀공자로 태어나 앞뒤를 잘 가리지 못하는 젊은 원유와의 충돌인 셈이다. 어쨌건 원유의 비가 된 왕비 우씨는 자기가 정실이면서 남편 원유의 사랑을 첩 이씨에게 빼앗긴 셈이니 화가 날 수밖에 없었다. 그거에다가 이씨는 아들 원보월(元寶月)까지 낳았다. 그러자 우황후는 이씨를 궁궐로 들어오라고 불러서 그녀를 매질하였다. 여동생인 왕비 우씨를 위하여 분풀이를 한 것이다.
여기까지는 여자들의 사랑싸움이 그리 된 것으로 치부할 수도 있을 터인데 황제인 원각조차 이 사랑 싸움에 말려들었다. 가정사의 중심을 잡아 가야할 황제가 그리지 못한 것이다. 문제는 거기에 그치지 않았다. 황후와 황제의 소개로 받아들인 왕비 우씨를 홀대하였으니, 이 문제가 정치문제로 비화하지 않도록 자숙해야할 경조왕 원유는 그러하지 못했다.
원유는 조심성 없이 타고난 대로 교만하고 사치함과 불법을 저지르는 것은 변함이 없었다. 그러자 형님 황제는 동생 원유를 불러다가 다그치면서 50대의 장형(杖刑)을 가하고 기주(冀州, 치소는 信都, 하북성 冀縣)자사로 내 보냈다. 크게 좌천된 것이다. 원유 부부는 황제 형님부부에게 각각 볼기를 맞은 것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원유는 또 자기의 두 동생 청하왕(淸河王) 원역(元懌)과 광평왕(廣平王) 원회(元懷)보다 나이가 많음에도 권세와 지위가 떨어지게 되니, 이로 인하여 한편으로 부끄럽고, 한편으로는 한스러웠다. 이러한 상황에다가 후에 북제를 세우는 고조(高肇)가 원유의 형제들을 참소하여 형제간의 사이를 갈라놓으려고 하였다. 정치적 야심을 가진 사람에게 황실형제 간의 싸움은 좋은 이용거리가 될 터였다.
이러한 사정을 모르는 원유는 첩과 더불어 누차 욕을 먹는 등으로 화가 나서 쿠데타를 계획했다. 그리고 신도(信都, 冀州의 치소, 하북성 冀縣)의 남쪽 교외에 단(壇)을 만들어서 황제의 자리에 오르고, 크게 사면령을 내렸다. 그러나 얼마 뒤에 바로 잡혀서 경사로 압송도중에 자살하였다. 그후 북위는 25년을 겨우 버티다가 동서로 나뉘면서 몰락의 길로 갔다. 형제간의 싸움이 집안을 망치는 비극으로 치닫는 것은 비단 옛날에만 있었던 일은 아닐 터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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