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지(靈芝)라는 식물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불로초(不老草)라고 말하는 만년 장생하는 식물로 알려 져 있다. 당연히 이 영지는 귀한 물건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남북조 시기 북위 선무제 때에 그 궁궐인 태극전의 서쪽처마에서 영지(靈芝)가 자라는 것이 발견되었다. 당연히 이러한 현상이 일어난 것을 길조(吉兆)라고 생각하게 되어 있는 것이다.
이와 비슷하게 감로(甘露)라는 것이 있다. 새벽에 단 이슬이 내렸다는 것이다. 이것 역시 보통 때는 나타나지 않는 일이니 감로가 생기면 이를 길조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일반적인 관념을 이용하여 정치적 입장을 바꿔 보려는 사건이 있었다.
당나라 때 안록산의 난이 평정된 후 지방에 발호하는 절도사들을 통제하려고 환관들에게 군사감독권을 주었다. 그랬더니 환관이 권력을 부리게 되었고 급기야 경종(敬宗)이 환관들에게 죽는 결과까지 가져왔다. 그 뒤를 이은 문종은 이 환관들에게 옹립되기는 했지만 끝내 환관들을 제거해 볼 요량으로 뒤뜰에 감로가 내렸다는 거짓말을 하고 이를 핑계로 환관들을 그곳에 모아 죽이려고 하다가 도리어 뒤 잡이를 당한 사건이다.
어쨌거나 보통으로는 영지나 감로 같은 것이 나타나는 것은 길상(吉祥)한 일이 나타날 전조(前兆)로 해석하고 싶은 것이다. 북위 황제인 선무제도 이를 좋은 것으로 받아들이고 싶었다. 북위의 선무제는 그의 형 원순(元恂)이 아버지 효문제의 낙양천도를 반대하고 호복을 계속 입다가 폐위되는 일 때문에 태자가 되었다가 황제에 오른 사람이다.
그만큼 정치적 복잡한 과정을 거쳐서 태자가 됐고, 또 그의 아버지 효문제가 빨리 죽는 바람에 17살에 황제가 되었다. 등극해 보니 남쪽으로는 새로 등장한 양무제와 대결해야 했고, 또한 촉 지역 문제로 싸움을 지속해야 했다. 이렇게 국가적으로 다난한 일을 감당해야 하는 입장에 있는 선무제는 당연히 좋은 일이 벌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이제 갖 20살이 넘은 황제는 최광(崔光)을 불렀다. 최광은 당시 이미 56세가 된 어른이었고, 이미 선무제의 아버지 효문제 때부터 북위 최고의 지식인으로 손꼽힌 사람이었다. 중서박사 저작랑에다 이미 국사(國史)를 편찬하고 있었기 때문에 영지가 나타난 사실을 제대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이 50대후반의 지식인이 갖 20이 넘은 황제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 것인가? 고민했을 것이다. 설사 영지가 태극전에서 자란 것이 길상한 일의 전조라고 하더라도 그대로 말한다는 것은 젊은 주군이 생각을 잘 못하게 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게다가 선무제는 젊은 혈기에 잔치를 열고 술 먹기를 좋아하니 이를 계기로 황제에게 권고하는 말을 해야 했다.
“장자(莊子)가 말하는‘열기가 증발하면 균(菌)을 만든다.’라고 하였으니 부드럽고 연한 생물은 텅 빈 곳과 더럽고 습한 땅에서 자라는 것이어서 궁전의 높고 화려한 곳에서 자라는 것은 마땅치 않은데, 지금 갑자기 그것이 생겼고 그 형상이 무성하니 진실로 기이하기에 충분합니다.”“역사적으로 보면 들판의 나무가 조정에서 자라고 들새가 묘당(廟堂)에 들어오는 것은 옛 사람이 모두 패망의 징조로 여겼습니다.”그러하니 긴장해야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몸은 낮추고 뜻은 높이며 성스런 도(道)를 새롭게 하고, 밤에 술을 마시는 즐거움을 절제하라고 하였다.
올바른 충고였다. 자연현상이 인간에게 앞으로 닥칠 일을 미리 점쳐 줄 수 있는지는 잘 모르지만 정상적인 상식으로 가지고 있다면 그것을 통해 해야 할 일을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길조가 있다고 가만히 있는데 좋은 일이 굴러 오지는 않는 법이고, 나쁜 징조가 있다고 하여도 이를 계기로 분발하면 오히려 좋은 일이 될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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