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진남북조 시절에 북위는 북방에 살던 선비족이 세운 나라였다. 중국의 입장에서 본다면 오랑캐라고 무시할 수 있는 종족이 세운 나라이지만 이들의 남하를 중원에 있던 진(晉)왕조는 이를 방어할 능력이 없어서 벌써 남쪽으로 쫓겨 갔고, 그 뒤로도 남쪽에서 송(宋)과 제(齊) 두 왕조가 뒤를 이었다가 다시 양(梁)으로 바뀌었다.
중원을 빼앗긴 이 남조는 간혹 고토 회복을 부르짖는 사람이 나왔으나, 구호였거나 국내 정치용이었을 뿐 북으로 재진출은 불가능하였다. 그런데 중원으로 내려온 선비족의 탁발씨가 세운 북위는 대대적으로 중원 국가로 발돋움하려고 하였다. 우선 탁발씨라는 성을 원(元)으로 고치고 다른 부족에게도 중국식으로 성을 고치게 했다. 중원에 머물러 살겠다는 뜻이 분명했다.
그리고 북위는 드디어 도읍을 중원지역의 낙양으로 옮기기 까지 했다. 물론 북방의 기후와 환경에 맞추어 지내온 이들이 모두 이를 찬성한 것은 아니었으나, 더 큰 세계로의 진출을 위하여서는 이를 감행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그 후유증도 만만치 않았다. 북쪽의 변경은 황량해졌고 또 도읍에서 멀었기 때문에 이로 인하여 기근이 들었고 백성들은 곤궁하여 피폐하였다.
이를 제대로 대처하지 않으면 중원진출도 포기 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북위의 황제는 원회(源懷)에게 거의 전권을 맡겨 이를 해결하게 하였다. 원회는 즉시 북방의 여섯 주를 순행하며 가난하고 궁핍한 사람에게 물건을 도와주고 공적이 많고 적음을 살펴서 논평하며 일의 득실은 모두 먼저 결정하고 후에 보고도록 하였다. 그러자 많은 사람들은 그에게 의지하였다.
이때에 우(于)황후의 아버지인 우경(于勁)은 멋대로 정치를 했다. 물론 많은 사람에 그에게 가서 굽실거리는 것은 말할 것도 없었는데 원회와 혼인관계를 맺고 있는 우조(于祚)는 황후의 큰 아버지이면서 이 우씨와는 인척관계를 맺고 있는 터였다. 그러한 우조가 드디어 자기 동생인 황후의 아버지 우경의 하는 일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부패의 근본이 된 것이다.
원회가 북방지역을 순회하면서 우조가 장군으로 있는 옥야(沃野)로 들어가니 우조는 교외까지 나와서 마중까지 하였다. 그러나 원회는 말도 하지 않고, 바고 탄핵하여 면직시켰다. 그뿐 아니었다. 그의 옛 친구 원니수(元尼須)는 그곳에서 진장(鎭將)이었는데, 역시 권력을 이용하여 부정한 짓을 많이 했다.
원니수는 친구 원회를 초청하여 술자리를 마련하고 말하였다. “목숨의 길고 짧음은 경의 입에 매였으니 어찌 서로 너그럽게 용서하지 못할 수 있겠는가”이에 원회가 대답하였다. “금일은 저 원회가 옛 친구와 더불어 술을 마시는 자리이지 국문하는 곳이 아닙니다. 내일 공부(公府)의 뜰이 사자(使者)가 되어 비로소 진장(鎭將)의 죄상을 조사하는 곳입니다.”공과 사를 분명히 하려는 원회의 태도에 원니수는 더 이상 어떤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원니수는 눈물을 뿌리며 대답하지 못하고 끝내 죄에 저촉되게 탄핵되었다.
서릿발 같은 원회는 드디어 공과 사를 구병하여 이 지역에 관한 온전한 대책을 강구하였다. “변방의 진(鎭)에는 일은 적으나 관직을 설치한 것이 분수에 넘게 많은데, 옥야(沃野)는 하나의 진(鎭)인데, 장수로부터 그 이하로 800여 명이니, 청컨대 일체를 다섯으로 나누어서 그 중 둘을 덜어내십시오.”대대적인 기구 축소였다. 이로 인하여 많은 귀족이 실직을 하겠지만 이러한 개혁이야 말로 진정으로 나라를 살리는 길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위의 황제는 이를 따주었다.
북위가 북방 선비족으로 중원을 차지하고 북조를 통일한 것이 그냥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이러한 멸사봉공의 태도를 가진 사람이 살아남을 수 있고 이를 받아 주고 지원한 황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분위기는 결국 그 뒤를 이어 받은 수나라가 400년 만에 대통일을 이루었고, 다시 그 후예는 당을 건설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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