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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3화> 너무 자유분방한 황제 동혼후

중국 남북조 시대 남조의 제(齊)나라는 서기 479년부터 502년까지 겨우 23년 밖에 유지하지 못한 왕조였다. 그런데 이 짧은 시기에 황제에 올랐다가 쫓겨난 사람이 들이다. 한 사람은 울림왕이었고, 다음으로는 동혼후였다. 동혼후는 겨우 3년 남짓 황제의 자리에 있다가 양(梁)나라를 세우는 소연(蕭衍)에게 쫓겨나는데 그의 아버지는 울림왕을 쫓아낸 명제였다. 이러한 명제는 정치를 잘 해 보겠다고 사촌형의 손자인 울림왕을 쫓아낸 다음에 그 동생을 황제로 세웠다가 자기가 황제에 올랐으니 손자 항렬의 두 명을 쫓아내고 황제가 된 사람이다.
그렇다면 명제는 자기 뒤를 이을 아들만은 교육을 잘 시켰어야 하는데, 영 그렇지가 못하였다. 그의 뒤를 이어 황제가 된 동혼후는 황제로서의 자질이 없었다. 예컨대 동혼후는 반귀비(潘貴妃)를 무척 아낀 나머지 그녀의 아버지를 아장(阿丈, 장인)이라고 불렀다. 또 그가 가까이 하는 매충아(梅蟲兒)·유령운(兪靈韻)을 아형(阿兄, 형님)이라고 불렀다. 사사롭게야 그리 할 수 있겠지만 황제가 그리하는 법도는 없는데, 스스럼없이 이 호칭을 깨 버린 것이다. 그뿐만 아니었다. 아끼는 반귀비 집에 가서 몸소 스스로 물을 긷거나 요리사를 도와 요리를 만들었다. 좋은 사위 노릇을 한 것이라 할 것인가?
또 황제의 호위를 담당하면서 칼을 차고 칙령을 수행하는 도칙(刀勅)과도 가까이 지내다가 드디어 도칙의 집에 가서 놀며 연회를 하였고, 또 길하거나 흉한 일이 있을 때면 번번이 가서 축하를 하거나 조문을 하였다. 이것을 인간적이라고 칭찬할 수 있을까?
또 내시 가운데 나이가 13~14세였던 왕보손(王寶孫)이란 사람이 있었다. 왕보손은 자칭하여 ‘미친 아이’라는 뜻으로‘창자(倀子)’라고 하였으니, 대체로 그 행동거지를 짐작할 만하다. 그런데 동혼후는 이 내시를 무척 아꼈다. 그래서 그러한 지 이 아이는 안하무인이었다. 대신들도 그 앞에서는 벌벌 떨었으며 심지어는 말을 타고 궁전으로 들어와서 황제에게 성을 내며 꾸짖기까지 했다. 그래도 동혼후는 이를 용납했다. 이해할 수 없는 파격(破格)이었다.
또 아끼는 반귀비를 위하여 금을 깎아 연꽃을 만들어서 땅에 붙여놓고 반비(潘妃)로 하여금 그 위를 가게하며 말하였다. “이 걸음걸음마다 연화(蓮花)가 피는구나.”라고 시를 읊었다. 애틋한 사랑을 표현한 것이니까 아름답다고 칭찬해야 할까?
황제 동혼후에게 이렇게 총애받는 사람들은 이를 황공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오히려 이를 기화로 멋대로 백성들에게서 재산을 빼앗고 그러다가 말을 듣지 않으면 멋대로 죽였다. 가히 나라꼴이 아니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니 힘없는 백성들이야 이에 항거한 마디 못하고 재산을 빼앗기고 죽어갔다. 동혼후의 이러한 행동은 결국 양(梁)무제로 알려진 소연에게 쫓겨나고 말았지만, 이러한 동혼후의 파격적인 행동은 그 뿌리가 깊은 것이다.
한(漢)나라 시대에 유가사상을 국가의 이데올로기로 받아들여서 모든 사람의 신분을 구별해 놓고 이 신분에 따라서 행동하게 하였다. 그것이 통치하기에 편했기 때문이었다. 신분에 따라서 질서정연한 사회를 만들려고 한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자손들에게 ‘금수저’·‘흙수저’를 남겨 놓게 되었으니 이 불합리한 것을 고쳐야 했는데, 시간이 지나고 강력한 권력이 무너진 전·후한이후에는 폭발적으로 규제를 깨고 인간의 자유를 부르짖었다.
우리를 얽어매는 모든 규제는 나쁜 것이고 이 규제를 깨는 파격적인 것은 멋있어 보였던 것이고 동혼후도 그런 시대 분위기 속에 살던 사람이다. 2차 대전이 끝난 뒤로 우리 사회에도 유교적 속박이 싫다고 서양의 파격적인 자유를 즐기는 사람이 늘어 가서 마치 동혼후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동혼후가 그 파격적 행동 때문에 파멸했듯이 이 절도 없는 이 파격적 자유가 우리 사회를 또 좀 먹고 있다. 또 얼마나 더 지나야 이성적으로 규제와 자유를 균형 있게 누리는 사회가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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