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위 효문제시절의 이야기이다. 북위는 선비족 탁발씨로 중원으로 들어와서 북중국을 통일하고 도읍도 낙양으로 옮기면서 중국경영에 온 힘을 기울이던 시절이었다. 효문제는 북중국으로 통일하고 남쪽에 있는 제(齊) 마저 정벌하기 위하여 몇 년 동안은 전장(戰場)을 누벼야 했다.
이러한 상황이 되니 효문제가 정벌전쟁을 떠나기 2년 전에 황후가 된 풍씨(馮氏)는 독수공방을 견디지 못했는지 환관 가운데 고보살(高菩薩)과 통정을 하였다. 그런데 효문제는 전장에서 병까지 들어서 위독하게 되었으니 풍후(馮后)는 꺼릴 것이 없이 행동하였다.
그런데 사건이 하나 터졌다. 효문제의 딸인 팽성(彭城)공주가 송왕(宋王) 유창(劉昶)에게 시집을 갔다가 과부가 되었다. 그러자 풍후는 팽성공주에게 그의 남동생 풍숙(馮夙)에게 개가를 하라고 강권하였다. 말하자면 서모가 전실 자식을 억지로 시집을 보내려고 강제한 것이다. 그러나 팽성공주의 입장에서는 풍씨 집안이 지나치게 음란한 것을 보아왔는지라 풍숙에게 재가하기를 거절하였다. 그리고 풍후의 압력을 견디다 못하여 전선으로 아버지 효문제를 찾아가 하소연하였다. 그뿐만이 아니라 풍후가 낙양에서 한 음란한 짓거리를 모두 고해 바쳤다.
효문제는 이를 겉으로 발설하지 않았지만 풍후의 귀에도 공주가 황제에게 갔던 일이 알려지자 이번에는 여자 무당을 불러서 황제가 일찍 죽기를 기도하게 했다. 그리고 황제가 죽기만 하면 자기가 북위의 권력을 잡을 것이며 그때에 크게 보답할 것을 약속하기도 하였다. 이리되자 효문제는 급히 낙양으로 돌아와서 고보살 등을 붙잡아 신문하여 결국 이 모든 사실을 다 밝히 알아냈다.
사실 풍후(馮后)는 북위를 일으킨 것이나 다름없는 문명(文明)태후의 조카딸이었고 그 아버지는 문명태후의 오빠는 풍희(馮熙)였다. 풍희의 딸 가운데는 말썽을 일으킨 풍후 말고도 다른 한명도 황후였고, 또 다른 딸 하나는 소의였으니 그 권력을 북위에서 설사 황제조차도 마음대로 처리하기 어려웠다. 이러한 집안이니 북위의 황족인 탁발씨와 거의 맞먹을 정도의 집안인 것이다. 그래서 효문황제도 풍후를 죽이지 못하고 겨우 유폐시키는데 그쳤다. 이러한 것을 믿고 풍후가 그러한 짓을 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러한 것을 본 황문시랑 최광(崔光)이 풍희의 서자인 풍율과 같이 숙직하면서 풍율에게 말하였다. “그대의 가문은 부귀가 지나치게 융성하니, 끝내는 반드시 쇠퇴하고 실패할 것이오.”이 말을 들은 풍율이 빨끈하여 말하였다. “우리 가문이 무슨 죄를 진 것이 있다고 그대는 까닭 없이 나를 저주하는 것이오.”최광이 말하였다. “그렇지 않소. 사물이 왕성해지면 반드시 쇠하여지는 법인데, 이것은 하늘과 땅에서의 보편적 이치요. 만약 옛날 일을 가지고 그것을 미루어 본다면 신중하게 하지 않을 수 없소.”
이후 일 년여가 지나서 풍씨 집안에서 풍후는 황후에서 쫓겨나고 다른 형제인 풍수(馮脩)도 그 형제간에 서로 죽이려고 하다가 발각되어 죽게 된다. 모두 크게 실패한 것이다. 뒤이어 풍희가 죽자 그 집안은 여지없이 몰락하였다. 유폐되었던 풍후도 죽고 최광으로부터 경고를 들었던 풍율도 풍씨가 몰락하는 바람에 역시 쫓겨났다.
최광이 풍씨 집안사람들의 막 돼 먹은 행동을 보고 그 집안이 망할 것이라고 본 것인지, 그의 말대로 그냥 세상이치를 말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여기서 분명한 것은 자기 실력이 아닌 집안 형세를 등에 업고 출세한 사람의 말로를 볼 수 있는 실례이다. 해가 정오를 지나면 기울고 꽃도 열흘이 지나면 시드는 것이 이치인 것이다. 우리가 함부로 살 수 없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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