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진남북조 시대에 북위는 후에 남조를 무너트리는 수·당을 있게 한 토대를 만든 왕조이다. 북조는 사실 모두 이른바 흉노족, 선비족을 비롯한 북방종족들이 중원지역으로 내려와서 세운 왕조들이다. 남조는 원래 중원지역에 있었던 사람들이 세운 왕조라면 북조는 중원에서는 북적(北狄)이라고 야만시하던 종족들이 세웠다.
북위(北魏)도 북조였으므로 북적이라고 불리던 선비족(鮮卑族) 가운데 한 지파인 탁발씨(拓拔氏)가 세운 왕조이다. 탁발씨의 북위는 무력으로 남쪽 중원지역으로 내려 왔으나, 중원지역에 계속 머물 것인가? 아니면 그들의 전통에 따라서 원래의 근거지에 머물 것인가를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런데 효문제 탁발굉은 북위의 발전을 위하여서는 중원지역으로 본거지를 옮겨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선비족의 근거지인 대(代)에 있던 도읍을 낙양으로 옮긴다.
선비족들의 입장에서는 새로운 지역으로의 개척이었다. 비록 무력으로 낙양을 점령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그들에게는 산 설고 물 설은 낱선 땅이었다. 반대하는 사람이 많게 마련이다. 그러니 효문제의 입장에서는 낙양으로 천도해서 성공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만약에 실패하기라도 한다면 언제 정적이 나타나서 자기의 자리를 노릴지 모를 일이기도 하였다.
그러기 위하여서는 그동안 선비족이 지니고 있던 것을 개혁하여 새로운 국가 체제를 만들어 나가야했다. 그래서 효문제는 황제 스스로 진취적 개혁의 모범을 보여야 했다. 한번은 효문제가 지방 순시를 하는 중에 남쪽의 강소성에 있는 사수(泗水)에서부터 황하로 들어가서 험한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 낙양(洛陽)으로 돌아가려고 하였다. 위험이 따르는 항로였다. 더구나 북방에 근거를 두었던 선비족은 물에 익숙하지가 않기 때문에 신하들은 두려워하였다. 황제가 위험하게 배를 타면 안 된다고.
그러나 효문제의 생각은 달랐다. 북위 경읍(京邑, 대)의 백성들이 가난한 이유는 도읍인 평성(平城, 산서성 대동시)에 조운(漕運)하는 길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이제 낙양(洛陽)으로 천도하였으니 조운을 통한 유통이 가능하고, 그것을 통하여 물자의 유통을 원활하게 하여 부강하게 될 수 있다고 믿었다. 이를 성공시키기 위하여서는 물길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야 했다.
그래서 그는 선비족들이 가진 이 두려움을 깨려고 하였다. 효문제는 스스로 위험을 무릅쓰고 배를 탔다. 그리고 말하였다. “백성들이 황하의 물길이 험난하다고 꺼리고 있으니, 그러므로 짐이 이번의 행차는 백성들의 마음을 열기 위함이다.”백성들에게 이것이 살길이라고 방향을 제시하였다. 이러한 모험정신은 그 후에 천도를 바라지 않는 귀족들의 반란이 있었지만 이를 모구 극복하고 북위의 토대를 마련하였다.
개혁이란 쉽지 않다. 새로운 길을 가는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닥칠 어려운 일들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그래서 차라리 현재에 만족하고자 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니 이들에게 위험은 극복할 만 하다는 것을 보여 주어야 한다.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현재에 안주하려는 사람의 반대를 제압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양방향의 노력과 능력이 없이 개혁은 불가능하다. 그런데 효문제는 앞장서서 이것을 성공시켰다. 그래서 그 뒤를 이은 수(隋)·당(唐)이 중원에서 통일왕조를 건설할 수 있었다. 선비족으로 중원의 주인이 된 것이다. 야만족이라 불리던 북적의 북위 효문제는 개혁을 통하여 문명인이라 자칭한 한족을 지배할 수 있게 하였다. 얼마나 멋진 일인가! 개혁이라는 말은 요즈음도 많이 들리지만 개혁이 성공 못하는 이유는 개혁으로 맞게 되는 어려움을 극복하여 성공시킬 능력도 없이 구호만 부르짖는 때문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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