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tal 164 article Join Login
 
<제138화>표리부동한 황제의 모습



사람이 살면서 자기 자신의 진면목을 그대로 밖에 들어내 놓기는 힘들다. 특히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는 정치하는 사람으로서는 자기의 속마음과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이 다른 경우가 많을 수밖에 없을지 모른다. 속마음과 겉으로의 행동이 심한 차이가 난다면 이를 표리부동(表裏不同)하다고 하여 상대하기 어렵다. 그런 사람을 믿고 일을 같이 도모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래 일을 같이하다 보면 아무리 숨기려고 해도 그 표리부동함이 드러나게 되어있다. 그러기 때문에 아무리 자기 속을 숨기려고 하여도 숨겨지지 않는 것 또한 인간사이다. 어쨌거나 역사에서 표리부동한 사람을 꼽으라고 한다면 아마도 남조(南朝) 제(齊)나라의 울림왕(鬱林王) 소소업(蕭昭業)일 것이다.  황제에 올랐던 사람이니 당연히 황제의 시호가 있어야 하지만 등극하고 얼마 후에 쫓겨나서 폐제(廢帝)가 되었으니 황제의 시호도 받지 못하여 그저 울림왕으로 불린다.
울림왕 소소업은 제(齊)의 두 번째 황제인 무제(武帝) 소색(蕭賾)의 손자이다. 원래 소색은 아들 소장무(蕭長懋)를 태자로 삼았다. 그리고 태자 소장무의 아들이 소소업이었다. 정상적으로 된다면 소색 다음으로는 소장무가 황제를 이어야 하고, 그다음에 소소업이 황제의 자리를 이어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소소업은 할아버지 소색에게 잘 보여야 했다. 그래서 기회만 있으면 할아버지에게 잘 보이려고 하였다. 할아버지 앞에서는 성품이 분명하고 지혜로웠으며 용모와 거동이 아름다웠고 대응을 잘하며 슬퍼하는 것과 즐거워하는 것이 다른 사람보다 뛰어나게 행동하였다. 이로 인하여 할아버지 소색은 손자 소소업을 몹시 아끼게 되었다.
그러나 그것은 자기의 본래 모습을 숨긴 행동이었다. 늘 감정을 숨기고 거짓을 수식하며 몰래 비루하고 사악한 생각을 품었으며 주위에 있는 여러 소인배와 의식(衣食)을 함께 하고 눕고 일어나기를 같이 하였다. 제왕이 되기에는 많이 부족한 것이었다. 이러한 모습은 그의 아버지 소장무가 알고서  그의 행동거지를 금하고 그의 용도(用度)를 조절하였다. 아들의 행동을 고치려고 한 것이다.
그러나 그는 아버지로부터 돈 쓰는 것을 제한 받자 몰래 부자들에게 가서 돈을 요구하였다. 소소업이 황제의 손자이고, 황태자의 아들인 까닭에 돈을 요구 받으면 안 줄 수가 없었다. 이 돈으로 따로 자물쇠와 열쇠를 만들어서 밤에 서주(西州)의 뒷편 협문을 열고서 주위의 사람들과 여러 영서(營署, 군영과 관서)에 가서 음탕하게 연회를 열었다.
그뿐 아니었다. 황태자인 그의 아버지 소장무가 병들어 앓자 겉으로는 근심스런 얼굴을 하면서 울부짖으며 쓰러지니 보는 사람이 울어서 목이 메게 하였지만 사택으로 돌아와서는 즉시 기뻐하고 웃으며 술을 마셨다. 그리고 무당을 시켜서 아버지가 빨리 죽도록 기도하며 빌도록 하였다. 그 아버지가 죽자 그는 드디어 황태손이 되었다.
황태손이 되고 나서 할아버지인 무제 소색이 병이 들었고 점점 위독해 지자 자기 처인 하비(何妃)에게 희(喜, 기쁘다.)’라는 글자를 가운데에다 크게 써 놓고 그 주변에 다시 희(喜)자를 36개서 써서 보냈다. 아마도 곧 할아버지가 죽을 것 같으니 자기가 황제가 될 것이므로 기쁘다는 뜻일 것이다. 그런 것도 모르는 할아버지 소색은 죽으면서 뒷일을 소소업에게 부탁한다.
드디어 소색이 죽고 대렴(大斂)이 처음에 끝나자마자 황제에 오른 그는 할아버지의 여러 가창기녀들을 불러서 여러 음악을 준비하고 연주하도록 하였다. 또 할아버지 재궁(梓宮)이 내려가자 황제가 된 소소업은 바로 작별하고서 갑자기 병이 났다고 하면서 안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합문(閤門) 안에서는 바로 음악을 연주하는 소리가 안팎을 울리며 퍼져 나갔다.
물론 소소업은 황제의 자리에서 1년을 채우지 못하고 쫓겨났다. 황제가 된 다음에는 비루한 속내가 그대로 드러났기에 쫓겨난 것이다. 표리부동한 행동으로 다른 사람을 속일 수 있을 것 같지만 영원히 감추어질 수 없었다 할 것이다.


Prev
  <제139화> 쫓겨난 황제의 짓거리

권중달
Next
  <제137화> 미련한 이모의 세상살이

권중달
List


Copyright 1999-2022 Zeroboa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