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만든 100인’의 이야기를 자치통감에서 뽑아 쓰기로 한것은 이유가 있다. 일반적으로 자치통감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익숙하지 않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역사교육만이 아니고 사회적 분위기에서도 ‘한국사’ 중심으로 생각하거나 혹은 외국의 역사는 우리와 상관없는 것으로 생각하였다. 우리나라의 우수성을 강조하거나 그 반대인 경우가 많았고, 외국과의 관계는 적대관계로 이해하는 경우가 많았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역사는 내 역사 네 역사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세계 어느 곳에서 벌어진 사건이라고 해도 내가 관심을 가지면 바로 나의 역사가 된다. 그러나 나의 10대조 20대조는 분명히 나와 아주 밀접한 관계를 가졌지만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상관이 없게 되고, 관심을 갖는다면 지구 반대편에서 살아간 위인들이 나의 삶 속에 녹아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역사지식이란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없어서는 안 될 것으로 이해하여왔다. 그러나 정작 짧은 시간에 모든 이야기를 다 읽을 방법을 찾기가 대단히 어려웠다. 사실 오늘날에도 많은 역사책은 계속하여 쓰이고 출간된다. 그러나 역사를 쓰는 사람들은 사건을 유형화하고, 개념화하여 독자들에게 자기의 생각을 설득시키려는 경향이 있다. 독자들의 입장에서는 그들의 개념화가 정말로 정당한지를 검증할 자료를 찾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것은 옛날도 마찬가지였다.
공자는 춘추를 써서 포폄(褒貶)을 하였다. 사건의 옳고 그름을 판단했다는 것이다. 공자는 훌륭한 사람이니 독자는 무조건 그의 견해에 동조해야 하는 것일까? 이에 대해 객관적으로 역사를 쓰고자한 사마천은 사기를 썼다. 많은 사람들이 그가 쓴 기전체의 방법이 좋다고 하여 한 왕조가 끝날 때면 기전체의 역사책이 나왔다. 그러나 같은 일도 여러번 중복되어 지루하게 되었고, 시간이 지나면서 쌓이자 이들 역사책은 읽히는 역사책이 아니고 필요한 부분만 찾아 읽어 보는 사전적 구실만 하게 되었다.
송대(宋代)에 이르면 기전체 역사서만 이미 1,600권에 이르렀으니, 그 외의 역사책까지 합친다면 그 양을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가 되었다. 역사지식은 살아 있는 사람에게 꼭 필요하지만 전부 읽기에는 너무 많았다. 영종(英宗)도 마찬가지여서 사마광에게 ‘읽힐 역사’를 쓰라고 하였다. 사마광은 편년체로 역사를 써서 분량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기전체의 중복성을 없애면서 내용을 충실히 담았다. 중국의 1,600권의 역사를 기전체로 읽는다면 1,600권을 읽어야 하니 쉽게 접근하기 어렵지만, 사마광은 294권에 정리했다. 이것은 역사 서술의 일대 혁명이었다. 294권이라면 1년이면 독파할 수 있는 분량이었다. 1년을 투자하여 모든 역사지식을 다 섭렵한다면 충분히 마음을 먹을 만하였다.
그 후에는 많은 사람들은 기전체인 ‘25사’는 참고용으로 두고 누구나 자치통감을 읽었다. 읽히는 역사책이 된 것이다. 학교에서도 자치통감으로 역사를 배웠고, 정치하는 사람도 자치통감을 옆에 두고 그 속에서 문제의 해결 방법을 찾았다. 중국사람만이 아니었다. 몽고의 쿠빌라이는 중국에 들어와서 자치통감을 몽고어로 번역하도록 지시했고, 조선시대의 가장 훌륭한 제왕으로 일컫는 세종은 몸소 자치통감에 훈의(訓義)를 달아서 모든 지방관들에게 나눠 주었다. 역사 속에서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는 지혜를 찾아보라는 뜻이었다.
뿐만아니라 자치통감은 독자들을 흡인하는 구성과 필치를 갖고 있다. 자치통감을 읽는 독자에 소설 같은 재미를 느끼도록 많은 대화체를 삽입했으며, 그러한 재미 속에서도 번득이는 지혜를 찾아 볼 수 있게 했으니, 역사책의 1석 3조라고 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자치통감을 읽으며, 재미를 느끼고 지혜를 얻으며 경륜을 쌓아 갔다. 이것이 중국을 만든 사람 100명을 자치통감에서 골라 보는 이유이다.
인터뷰 듣기
* 통감닷컴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15-04-13 09:59)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