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신문의 요청으로 늘 가까이 하는 교양서를 추천하라는 원고 청탁을 받았습니다. 간단한 글인데, 교수신문 426호(2007. 2. 5) 비평 13쪽에 실렸습니다.
내가 소장하고 싶은 교양서
자치통감: 간결한 문체에 담긴 객관적 역사
사람의 품격은 그가 갖는 교양의 정도로 가름하지만 그 교양의 정도는 모든 지식이 융화 · 용해된 전체로, 가만히 있어도 저절로 발산되는 수준과 분위기로 평가된다. 따라서 교양서는 사람의 인격을 높여 주는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어서 읽는 사이에 저절로 물이 스며들듯 마음을 적셔 올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조건에서라면 두 말 없이 <자치통감>을 추천한다. 자치통감은 첫 장을 열자마자 전국시대 진(晉)의 대부(大夫) 세 명이 하극상(下剋上)하여 제후가 되고 땅을 나누어 갖는 사건을 기록한다. 보통은 대부들이 잘 못한 것으로 보는 것과는 달리 그 큰 책임은 하극상을 묵인하고 제후로 임명한 주(周) 위열왕에게 더 큰 책임이 있다고 설파한다. 다시 진(晉)에서 가장 강한 세력자 지백(智伯)이 멸망한 이유를 ‘재승덕(才勝德)’이라고 평론한다. 또 삼국시대에 정통을 촉한(蜀漢)으로 할 것이냐 위(魏)로 할 것이냐의 문제를 합리적인 시각으로 명쾌하게 ‘정통론(正統論)’을 펼친 그의 객관주의적 시각을 드러낸다. 그래서 역사사실을 소설처럼 재미있게 전할 뿐만 아니라 독자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시각을 정연한 논리로 일깨워 주고 있으니 독자는 손에서 책을 놓지 못하게 하고 있다.
이러한 명저는 인문학의 전성시를 배경으로 탄생하였다. 이 책은 북송대의 사마광이 전국(戰國)시대부터 오대까지 역사를 편년체로 서술하였다. 저자가 활동하던 시기에 유학은 주렴계 · 장횡거 · 정이천 · 정명도에 의하여 새로운 유학이라 불리는 ‘성리학’이 나타났다. 또 당송8대가인 왕안석 · 증공 · 구양수 · 소순 · 소철 · 소식 등이 ‘문이재도(文以爭)’의 정신으로 글을 쓰던 시기이다. 이러한 시기에 쓴 역사서이기 때문에 문체는 간결하되 빠짐이 없고, 내면에는 깊은 철학적 사색이 담겨 있다.
그 위에 이 책은 황제를 위해 쓰이고, 황제로부터 책의 제목을 하사 받았다. 바쁜 황제가 비록 역사적 사실을 두루 안다는 것은 통치의 중요한 바탕이 된다는 사실을 안다하여도 모든 역사책을 다 읽기에는 너무 많았다. 그래서 황제에게는 역사사실은 빠짐없이, 분량은 적게, 동시에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도록 재미까지 더 해야 하는 조건을 충족시켜주는 역사서가 필요하였다.
이러한 배경과 이러한 조건을 갖춘 교양서가 그리 흔하지 않으니, 내가 한시도 떼어 놓을 수 없게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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