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총리가 프랑스에 가서 외규장각도서의 한국 전시를 합의한 사건에 관하여 문화일보에 포럼난에 쓴 글입니다. 이는 2006년 6월 12일자로 실렸습니다.
해외 문화재는 우리에게 무엇인가?
최근에 북관대첩비의 반환과 조선왕조실록의 기증 소식에 이어 한명숙 총리가 프랑스와 프랑스에 있는 우리의 외규장각도서를 서울에서 정례 전시를 하기로 합의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우리 문화재가 해외에 나가게 된 경위와 이유는 다양하여 여러 이유로 해외에 기증한 것도 있고, 외국인이 구입해 간 것도 있을 것이며, 침탈해 간 것도 있다. 따라서 해외문화재를 돌려받고자 할 경우에 이러한 문제가 모두 고려되어야 하는 것이지만 그 가운데 약탈문화재의 반환문제는 가장 중요한 사안이다.
유네스코는 약탈당한 것이 확실한 문화재의 경우에는 본국으로 반환할 것을 규정하고 있고, 역사학계에서도 역사적 유물은 원산지에 두어야 진정한 역사적 가치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것만으로 반환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그리하여 국내에는 약탈해 간 문화재는 그 자체가 불법적이었으므로 당연히 돌려받아야 한다는 명분론 대신에 조그만 이익이라도 있으면 형식에 상관없이 조금씩이라도 실리를 찾자는 실리론이 나타났다.
1993년에 프랑스는 떼제베와 관련하며 외규장각문서를 반환하기로 약속한 것이 실리론이었지만 프랑스는 결국 사서(司書)가 반대한다는 이유로 번복하여 경제적 실리를 다 챙기고 나서 전문가를 핑계로 번복해 버린 아주 교묘한 방법이 사용하였다. 정말로 눈 뜨고도 코 베어 갈 국제관계이다.
그러나 약탈문화재를 내놓지 않으려는 쪽에서는 여전히 문화재에 대한 애정 때문이라고 하지만 문화재에 대한 애정뿐이라면 당연히 그 문화의 원산지에 두어야 하는 것이 역사학적 상식이다. 그러나 이는 표면 이유일뿐이고 그 뒤에는 문화재의 경제성에 있다. 적게는 문화재 그 자체의 값이고, 크게는 향후 그 문화재가 가져올 막대한 경제적인 효과인 것이다.
인류가 의식주행(衣食住行)을 위하여 일 년 내내 일하던 시대는 지나고 이제 일주일에 3~4일만 일을 하고, 나머지 시간은 문화적 욕구로 채우려 하고 있어서 문화시장의 규모는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예컨대 우리가 전 세계시장의 28.3%를 차지하고 있는 휴대전화의 전 세계 시장규모가 745억불인데 비하여 겨우 1.6%의 시장만 점유하고 있는 영화 시장이 749억불이라는 것을 놓고 보아, 향후 이 문화산업에 힘 기울여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이러한 문화산업의 발전을 위하여서는 문화의 원형에 대한 다양한 개발과 이해 없이는 불가능한데, 문화재는 이 문화 원형이며 향후 문화 산업에서의 근원이라고 생각한다면 해외문화재에 대한 시각과 그 반환교섭 방법의 연구는 생존전쟁 못지않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그런데 우리의 교섭 수준은 어떠한가? 중국과 핑퐁외교를 시작한 미국 대통령 닉슨이 중국에 가기 위하여 새로이 중국전문가 5천명을 양성했다는 소식은 이미 2~30년 전의 낡은 전략일 수가 있는데, 일국의 총리가 이 복잡한 약탈문화재에 관하여 외국과 논의하기 위하여 어떤 준비를 하였는지 알 수 없다. 보도된 대로라면 우리는 프랑스의 제안을 짐작도 못하였다니 이러한 상태에서 당연히 결론을 미루어야하는 것이고, 그 자리에서 가부간의 결론을 내린 것은 실패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농업, 공업으로 대표되는 제조 산업의 규모보다 더 커지고 있는 것이 문화산업이라는 역사적 안목이 있다면 문화재와 문화 정책은 민족국가의 자존심 단계를 넘은 생존문제인데, 당국자가 적당히 넘어갈 수도 있는 적은 문제라고 안이한 생각을 가진 것이 아닌지 적이 두렵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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