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敬啓
>
>적인걸은 무측천시대의 곧은 신하라고 할수있지요?
>그런데 무측천 밑에서 신하 노릇(벼슬살이)하는게 과연 옳은 일인지 그른 일인지 ~~
>
>아무리 생각해봐도 잘 모르겠군요.
>또 이런 질문이 어리석은 질문인것 아닌가 부끄럽기도 하군요.
>
>선생님의 下敎를 염치없이 거져 기다리니 그것도 송구스럽군요.
>항상 강녕하시길 빕니다.
김선생님 :
오래간만입니다. 어리석은 질문이라고 하셨는데, 그렇지는 않습니다.
우선 우리가 역사 사건을 보면서 평가를 할 때에 무엇을 기준으로 할 것이냐가 정해져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알게 모르게 주자학적 사고에 젖어 있습니다. 그래서 충성과 효도를 가치 있는 것으로 보고 있지요. 일반적으로는 그렇습니다. 그것은 송나라 이후의 모습입니다.
그러면 당나라 시대에는 어떤 기준을 가지고 세상을 살았을까를 먼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당 나라 때 특히 측천무후 시절에는 주자학이 아직 나타나지 않았으니까 우리가 지금 생각하는 충효관은 없었습니다.
한나라 때부터 유학이 발달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지만 한나라 때의 유학은 성리학만큼 철저하지 못하였고, 또 한 나라 때의 유학은 삼국시대와 위진 남북조 400년을 거치면서 거의 무너졌다고 보아야 합니다.
그래서 노장사상과 불교가 사람들의 마음에 깊이 새겨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정치적으로 겉으로는 충성을 외치지만 실제로는 힘을 가진 사람이 그 시대를 이끌어 갔습니다. 그러니까 무한한 자유경쟁의 시대라고 할까요?
이러한 자유 경쟁 시대에 한 개인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관직에 나아가고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느냐 하는데는 '이익'이 제일 가는 조건이었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적인걸에게 직신<곧은 신하>인지 아닌지를 물을 필요가 없습니다.
만약에 성리학이 지배했던 시대라면 분명히 문제가 있었고, 관직에 나아갈 수 없었겠지요.
이러한 문제는 일반 비전공자 또는 전공자라도 사상사를 연구하지 않은 사람은 의아해 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한 점에서 김선생님의 질문은 모든 사람의 질문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여 지금 자치통감에 나와 있는 207개의 평론을 가지고 강의하는 원고를 정리하고 있습니다. 여름에 편집하여 여름 끝에는 출간이 가능하리라고 생각합니다. 그 책에서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열심히 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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